동성고등학교 샛별관 (가칭) | Dongsung High School
Client: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Program: 교육연구시설
Team: 엠엠케이플러스건축사사무소+ 토포스건축사사무소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90-7
Status: Completed
동성중고등학교는 115년 역사를 가진 천주교계 학교이다. 1907년 초등교육기관인 소의학교가 설립된 이후로 여러 변화를 겪은 학교는 1929년 혜화동에 교사를 신축하여 이전했고,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져 오고있다. 동성중고등학교는 번잡한 대학로에서 한 켜 들어가 있는 경사진 땅에 7개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가있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대학교 캠퍼스와 흡사한 장소이다. 동성고등학교 샛별관은 이러한 캠퍼스의 가장 깊숙한 곳에, 고등학교 본관과 운동장 사이의 좁은 땅에 위치한다.
콘크리트 장벽
현재 샛별관이 위치한 땅에는 본래 동아리실과 독서실이 있는 특별활동관이 있었다. 붉은벽돌로 이루어진 건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백색 페인트로 마감된 조악한 콘크리트 건물은 마치 급하게 지어진 창고 같은 모습이었고, 고등학교 본관과 4m밖에 안 되는 어두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장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이 건물을 면한 교실의 학생들은 온종일 하얀색 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운동장에 가기 위해서는 이 건물을 돌아서 멀리 걸어가야 했다. 동성고등학교의 교장신부님은 이 흉물스러운 건물을 철거하고 같은 자리에 동아리실과 다양한 특별교실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을 짓고자 하였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미관을 개선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숨 막히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 자유로운 취미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장벽을 없애고 열린공간으로
설계를 의뢰받은 2019년 가을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 위에서 운동장을 바라본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밀도 높은 혜화동의 주택가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 둘러싸여 있는 널찍한 잔디운동장은, 붉게 물든 수목들과 함께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캠퍼스의 많은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면하고 있지만, 가장 폐쇄적인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조건은 자연스럽게 풀어내야 하는 문제를 설정해 주었다. 같은자리에 더 큰 볼륨을 확보하면서 운동장을 향한 열린 풍경을 담는 휴식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기 위해 본관에서 운동장까지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설계목표가 되었다.
연속적인 비움, 비움을 통한 연결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교건축은 1960~1970년대에 걸쳐 전국적으로 보급된 학교시설표준설계도에 의해 만들어졌다. 교실과 편복도로만 이루어진 획일적 평면구조를 하고 있고, 비어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는 폐쇄적인 평면은 단순 적층되어 하나의 건물을 구성한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학교공간 속에서 하늘을 보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운동장뿐이다. 이러한 기존 평면조직을 깨고 느슨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덩어리를 과감하게 비워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본관 2~3층에서 샛별관으로, 샛별관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동선을 설정하고, 장방형박스 형태의 볼륨 내에서 이 흐름이 거쳐 가는 부분을 덜어내어 수평적인 보이드를 만들었다. 연속적으로 비워진 공간은 샛별관의 각 부분으로 연결되고, 운동장으로 가는 길이 된다. 샛별관 자체가 목적지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결의 매개체가 되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가고, 오고 가면서 잠시 머무르기를 바랬다. 교실-복도로만 이루어져 있는 본관의 획일적 동선구조는 샛별관으로 넘어오면서 확장되고 자유로워졌다.
테라스와 다목적라운지
비워진 공간은 흘러가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불특정한 행위를 위한 열린 공간이 된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쉼터인 테라스는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축구 시합의 관람석이 되고, 운동장 쪽 열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1층과 2층의 테라스 사이에는 가벼운 유리커튼월로 감싸인 다목적라운지라는 공간을 만들었고, 작은 음악회나 강연회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의 장이 된다. 두 개 층 높이의 이 계단식 공간은 형태 그대로 외부로 연장되어 1~2층 테라스를 연결해주는 계단이 되고, 운동장 방향으로 완전히 열린 풍경을 가진다. 다목적라운지는 본래 학교의 요구사항에 없던 공간이지만, 동아리실 몇 개를 희생하면서까지 만들어진 샛별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공간이 되었다.
틈새 속 생기있는 풍경
대학로 지구단위계획은 가로 풍경의 연속성을 위해 입면 면적의 일정비율 이상을 적벽돌로 사용하도록 지정한다. 동성중고등학교 캠퍼스내 다른 건물들도 모두 붉은벽돌이니, 입면 재료의 선택에는 고민이 없었다. 운동장에서 건물의 전면을 바라보면 마치 무거운 박스 형태의 덩어리가 수평적으로 갈라 져있는 모습과 같다. 이렇게 갈라진 틈새가, 그리고 그 사이로 학생들이 오고 가는 생기있는 모습이 그대로 밖으로 노출되어 풍경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 벽돌매스는 음악실, 미술실, ICT교실, 수학교육실 등 특별교실군과 밴드부실을 비롯한 다양한 동아리실들로 채워진다. 비워진 틈새를 강조하기 위해 최대한 묵직해 보여야 했고,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단순해 보여야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는 채광과 환기, 그리고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높이 이상의 턱을 가진 가로로 긴 창문을 가지고 있다. 반면 샛별관은 무게감 있는 벽돌덩어리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세로로 긴 수직 창을 적용하고, 창문 폭과 창문 사이 벽의 폭이 동일한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열했다. 교실 내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폐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2.6m 높이의 창은 오히려 개방감을 더했고 창 사이의 벽을 다양하게 이용할 기회를 주었다. 고등학교 본관에서 4m 떨어져 마주하고 있는 샛별관의 후면은 또 다른 틈새공간이다. 기존 건물이 가졌던 협곡과 같은 사잇길은 운동장으로 열린 1층 테라스를 통해 숨통이 트였고, 커튼월 부분에 거울처럼 반사된 본관의 모습은 공간이 확장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50년 넘는 세월의 차이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두 건물의 붉은벽돌 입면은 100년 넘는 동성고등학교 역사의 켜를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느슨한 공간을 가진 학교
동성고 샛별관은 일반적인 학교시설기준지침에 지정되지 않은 공간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교육청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프로젝트이고, 추기경님과 교장신부님의 교육공간에 대한 열린 생각과 지원 덕분에 유연한 공간구성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가능했다.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이 잠시 교실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고, 공상하고, 숨어서 잠시 낮잠을 잘 수 있는 느슨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기억에 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