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평화공원 활성화 사업 건축 설계공모 | Jeju 4.3 Park
Client: Jeju-do Government
Program: Cultural Center
Team: MMK+
Location: Jeju-si, Jeju-do, Korea
살아갈 이들을 위한 곳
제주 4.3으로 돌아가신 희생자들을 모시는 앞서의 제주 4.3 평화공원이 돌아가신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추념하기 위한 과거의 장소로서 역할한다면, 새로운 영역은 남은 희생자들을 치유하고, 제주 4.3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의 세대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의 장소로 역할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의 차이는 공간의 스케일과 풍경으로도 드러날 것이다. 먼저 만들어진 공원이 거대한 스케일의 장엄한 풍경을 바탕으로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무수한 영혼을 기리는 공간이라면, 새로운 공원은 기존의 풍경과 맥락을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의 스케일을 가지는 편안한 풍경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들이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세대와 함께 미래를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공원에서 살아갈 이들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공원의 경관과 맥락을 존중하고 숙고하여 이를 강화하는 두개의 남북축의 구성을 제안한다. 비워진 풍경으로 열린 기억의 축은 상부 추념의 장에서부터 상징광장, 평화의 장을 통해 멀리 바다를 조망하는 풍경으로 확장되며, 채워진 공간을 잇는 시설의 축은 평화기념관부터 국제문화센터, 창제작공간, 트라우마센터로 연결되는 경험의 시퀀스를 제공한다.
대지는 한라산에서 바다로 흘러내리는 완만한 지형이 관통하는 지형적 맥락을 이룬다. 여기서 시선은 거슬러 한라산을 우러르거나 바다는 내다보는 두 방향의 경관적 맥락을 갖는데 이것을 바깥 맥락이라 이름할 수 있다. 앞서 만들어진 4.3 평화공원이 깎아 만든 둥근 원형의 단과 한라산 축으로 공간과 동선을 잇는 내부 맥락을 만들었으나, 인위적으로 깎은 거대한 원형은 공간을 만들지 못했고 축은 도상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축과 원의 형상을 가져와 앞서 만들어진 공원과 내적 맥락을 이어 하나의 전체 공간이 되도록 하면서도 원지형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살려 땅의 형상을 잊지 않는다. 건물은 축에 비껴 낮게 자리 잡고 길은 지형을 따라 놓인다. 원형의 비어있는 초지는 부재한 영령에 대한 무형의 기억이며 여기에 바람의 뼈가 드러난다. 여기서 숲을 이룬 나무가 상보적으로 기억의 허공을 두텁게 감싸 안고 바다를 향한 시선의 축을 열어 놓는다.
건축은 대지의 흐름에 순응하여 새로운 땅이 된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새롭게 계열화하여 각각 평행하게 대응하는 외부공간과 함께 문화의 장(문화센터), 창조의 장(창제작공간), 치유의 장(트라우마 센터) 세 개의 장소로 만든다. 이를 경사에 따라 배치하여 동서로 이어지는 풍경과 동선의 축을 만든다. 빛의 통로는 과거 희생자들이 생존을 위해 숨었던 제주의 동굴과 그 속에서 보던 빛을 건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단순히 남북을 연결하는 연결로를 넘어 죽은 이와 살아있는 이들의 장소를 연결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재해석되도록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한 장소들의 관계와 그에 의한 풍경은 힘든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살아남은 이들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이들의 일상을 넉넉하게 담아내며 이들이 함께 만들어갈 문화와 치유의 풍경을 풍요롭게 담아내어, 앞서 만들어진 돌아가신 이들을 위한 장소와 함께 4.3 평화공원을 완성해갈 것이다.